자신의 존재,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윗을 통해 인간의 죄와 권력의 오만이 불러온 절망과 허무의 바람이 지나간 곳에 서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신앙인이 대면하는 인생의 진실은 죄와 불운이 가득하다 하더라도 언제나 구원의 시작을 품고 있습니다.
실패와 고난 속에서도 구원을 희망할 수 있는 순례자의 길 같은 것입니다.
다윗이 자신을 지으신 분을 사랑하였다는 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부여받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뜻이지요.
죄를 고백하고 수치심에 숨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모든 처분을 맡기는 가난한 모습을 보인 것은 참으로 온전하고 올바르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느님 앞에 가난해질 수 있는 것은 그분의 자비를 신뢰하였다는 의미입니다.
다윗은 먼저 자신의 생명과 인생이 하느님의 자비에서 비롯하였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부여받은 소중한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죄를 지었을 때, 수치심과 절망에 은거하거나 권력으로 그 죄를 덮으려 하지 않고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고 하느님께 모든 처분을 맡기는 가난한 모습을 보인 데서 드러납니다.
올바르게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은 그럴듯한 허상을 애써 지켜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처와 불완전함과 죄성(죄업의 본성)을 자신을 지어내신 하느님 앞에 드러내어 복원과 치유를 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온전하고 조화로운 삶은 우리가 자신의 힘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이 그러하듯 '지어내신 분'의 선물인 것이지 요. 우리의 무력함을 고백하고 그분의 자비를 신뢰할 때 그토록 갈망하는 온전한 삶을 얻는다는 역설을 우리는 다윗에게서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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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이 책이 드뎌 끝나가는데 이 책을 구입하고 시작할 때 기대했던 내가 정말 듣고 싶고 배우고 싶던 말을 만난 것 같다.
처음 들은 말이 아니지만 이제야 이 말들이 내 마음으로 따스히 들어오는 느낌이다.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