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꿈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겠지? 고혜경 저자의 책을 읽다가 “제임스 힐먼”을 알게 됐고 검색하다가 이 책이 리뷰가 좋길래 구매했다.
일단 뚜껑을 열고보니 내가 봤던 리뷰만큼 괜찮지는 않았고.
그래도 읽으면서 좋은 영향들이 있었다.
앞 부분에 이 글이 정말 웃겼다.
나름 요즘 중년이 관심이 있는데 중년은 애기구나. 👶🏻
“중년은 노년과 한데 묶기에는 너무 이른 때다. 중년에는 노년의 이미지를 헤아릴 수 있는 인식이 아직 없기 때문에 중년에 찾은 답들은 우리의 두려움을 반영하기 십상이다.” 11쪽
그러고 보니 T.S. 엘리엇의 인용이 많았던 것도 인상 깊네.
일단 서문만 봤을 때 대박이라 느꼈다. 근데 뒤로 갈수록 어려워서,,, 집중이,,,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노년의 기억력에 대해 쓰여진
부분이었다.
“성격은 오히려 매장된 것들, 특히 실수와 불운이 기억 속에 묻어두고 간 것들로 이루어진다. 노년은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볼 때다. 인생에는 방대한 재고 목록이 있고 각 사람은 관리인이 후입선출법으로 관리해야 할 창고다. 창고에서 새로 들어온 것을 신속히 없애야만 그동안 줄곧 있었던 것을 찬찬히 살펴볼 정서적 공간이 보존된다. 지난주 방문객들은 고사하고, 오늘 아침에 나누었던 대화조차 기억나지 않는 것은 훨씬 더 오랫동안 저장한 기록들을 한데 모아둘 선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노인심리학은 나이 든 사람들이 재고 조사와 '생애 회상‘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과거로부터' 회복하는 작업이 아니라 '과거를' 회복하는 작업, 프루스트가 방대하고도 탁 월한 기억의 연구에 붙인 제목대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작업이다.
과거의 시간이 잃어버린 시간이 되지 않으려면 그 시간에 현재성을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사건들은 오래된 사건들과 결부될 수 있을 때에만 들어온다. …. 최근 사건들을 배제하면서까지 오래된 이미지들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지는 까닭은 우리 영혼이 그 이미지들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나는 성격이 스스로 이해하기 원하고 통찰력과 지성을 키우기 원해서 그러려니 생각한다.
우리는 또한 기념하기 위해서 돌아본다. 기억할 만한 일에는 화환을 남기고 꽃을 바친다. 과거는 무덤 속에 묻혀 있지만 우리 영혼의 역사 속에서 그 순간들의 기억은 여전히 귀하다. 성격은 자기 안의 귀중한 순간들을 기념함으로써 더욱 공고히 한다. 아름답고 용감하고 명예로운 일들을 기리지 않는다면, 신의 한 수와도 같은 결단이나 위대한 희생을 되새기지 않는다면, 과연 그런 일들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여 전히 작용하고 있노라 주장할 수 있을까? 노년은 우리의 성취를 기념 할 시간을 주고, 우리의 스승들, 혹은 그저 우리와의 만남을 기쁘게 여겼던 이들에게 물려받은 것을 기념할 시간을 준다. 가치 있는 사건들에 대한 기념 방문, 이로써 우리는 당장 지금 듣는 찬사나 타인들의 인정에 덜 연연하게 된다. 내가 자축 퍼레이드를 펼치고 내가 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족하다.“ 159-160쪽
“침대에 똑바로 누위 있거나 흐르는 물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노라면 심장은 40년 전에 친구를 배신했던 일이라든가 사악한 누이, 태만한 딸, 뺀질거리는 친구 노릇을 했던 일을 재연한다. 이제 배우자, 부모, 연인, 파트너에게 어떤 상처를 입혔는지 선명하게 보이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자기중심적인 요구와 망상적인 신념 때문에 힘들어했던 사람들이 보인다. 그 모든 상처 중에서도, 마음의 상상에 열정적으로 부응하지 못한 탓에 자기 자신에게 입힌 상처가 가장 쓰라리다. 뉘우침은 가차 없이 공격하여 심장의 실패들을 속속들이 드러낸다.
죄책감은 회고적이고 공소 시효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더 많은 잘못들을 들춰낼 수 있고, 우리가 한 일과 해야 했지만 하지 않은 일을 두고 두고 비난할 수 있다.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피 해자는 이미 오래전에 떠나고 없고 화해는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있다.” 216쪽
좋았던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올려보니 책 좋네. 다만 아직 내가 소화하기엔 어렵다. 나이도, 이해도, 경험도.
그래서 내용도 모르겠다. 걍 인상 깊은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요정도다.
근데 아마 이 책 읽으면서 알게 된 거 같은데 <부모를 실망 시키는 기술>이란 책을 구입했다.
좋은 책들은 다른 책을 안내 해준다.
나는 아직 애송이지만 이런 좋은 인생의 선배들의 본을 잘 따라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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