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작은 아마 언제라고 말 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최근 내 심경과 관련해 연결지을 수는 있겠다.
이번 달 초부터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유를 스스로 찾기도 어렵고..
그런 기분과 같이 읽고 있던 책은 <몸에 밴 어린시절>, <사랑의 매는 없다>이다.
두 책 다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해 얘기를 한다. 그래서 부모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어떤 모습을 띠는 건지 얘기를 한다.
읽으면서 나도 잊고 있던. (아마도 어떤 기억은 잊은게 아니라 방어기제로 억압시킨 상태였다.)
그런 몇 가지 기억들과. 그리고 그동안 엄마에게 들어왔던 내가 아들이기를 바랬던 엄마 아빠의 실망에 대해 더 유추할 수 있던 나의 어떤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저께. 그러니까 금요일 아침은 왜 내가 신생아들을 그렇게 예뻐했는지.
그제서야 나는 왜 신생아만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그런 앎은 기분을 한결 낫게 해줬다.
그리고 저녁에는 다음날 토요일까지 조카들을 돌보러 언니 집으로 갔다.
그동안 나는 항상 둘째 조카에게 분노가 일었다. 둘째 조카의 고집과 잦은 감정 변화는 내가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많이 미워하고 짜증도 내고 그랬다…
그 부분에 대해 작년에 꿈여정을 시작하면서 내가 둘째 조카에게 투사가 되고 있구나를 알았다.
어떤 부분이 투사가 되는지도 몇 가지 알겠고..
올해는 둘째조카가 10살이 됐다. 아이도 많이 성장해서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보기가 드물었고, 우리는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둘째 조카와 저녁을 먹고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는데 자꾸 죽고 진도가 안 나가서 애가 짜증이 나서 말과 표정이 나를 짜증나게 했고, 게임에서도 내가 죽든 상관없이 그냥 혼자 막 나가는 거다.
열 받아서 얘랑 더 게임을 안 했다.
아이도 그 동안 나를 겪어왔으니 잘 아니 내 표정과 행동을 보고 기분이 계속 안 좋은 모양이었다.
다음 날이 돼서도 내 감정과 조카 감정은 마찬가지였다.
애가 영 힘이 없다. 방에만 있다.
풀어줘야 하나 맘이 들다가도 하고 싶지 않아서 둘째와는 얘기를 안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탄산 음료가 당기는데 첫째 조카는 몸을 다쳐 움직일 수 없고, 둘째 조카가 사오겠다고 했다.
애가 시간이 생각보다 걸려서 왔는데 들어와서는 비도 왔고, 오다가 넘어졌다고 한다.
넘어졌다는 소리에 너무 미안해졌다. 내가 안 받아줄 거라 생각했는지 아팠다고, 그 어떤 말도 않는다.
밥 먹다 나간거라 다시 밥 먹으라고 하며 애랑 같이 있는데 왼쪽 손바닥이 넘어져서 진하게 검은 얼룩이 묻어 있다.
그 손을 본 순간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도대체 나는 요즘 책을 읽으며 계속 상처 받은 내면아이, 내재 과거아,, 다 읽고 보면서 내가 조카에게 내 수치심을 전가하고 있다니… 심지어 그날 아침부터는 나 스스로도 인식을 하고 있었음에도 멈추지 않고 조카에게 차갑게 대하다니… 설거지 하면서 눈물이 났다.
나는 자격이 없다. 어찌 이리 못됐을까.
도대체 나는 몇 사람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 건가.
나는 상처 밖에 줄 수 없는 사람인가…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기로 했는데 그 전에 둘째와 얘기를 나누고 해야 할 거 같아 둘째 조카에게 잠깐 얘기를 하자고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아이에게 솔직한 마음과 사과를 전했다. (의도치는 않았으나 나는 눈물이 계속 나왔,,,)
아이도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도대체 내가 이 작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란 말인가….
하….
(지금도 눈물이 난다.)
어쨋든 아이들과 즐겁게 술래잡기를 하고 재우고, 언니 부부가 도착한 거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과 하나님께 고백을 했다.
비록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그래도 사과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어린시절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릴 적 둘째조카처럼 잦은 감정 변화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나를 위로하지 않고 빈정대는 말투로 그랬다.
“또 삐졌니?”
그런 말들은 내게 더 큰 상처로 다가 왔다.
근데 그걸 내가 둘째조카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이제는 멈추고 싶다.
멈춰져야 한다.
이번 일이 내 변화의 시작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씨가 되길 바란다.
이런 나를 사랑하신다니.
이런 나를 위해 이 땅에 아들을 보낼 수 밖에..
이런 나를 위해 제물이 되셨다니..
이런 나의 마음을 받으신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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